트위터(twitter)와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생각들

며칠 전 한국 방통위에서 트위터 (http://twitter.com) 에 본인확인제 적용을 검토한다는 기사 (원문)를 우연히 접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우선 트위터란 무엇인가? 한국에서도 현재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다른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에 비하여는 규모가 작은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제일 큰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facebook 의 경우, 전세계에 2-3억 명 정도의 사용자가 있고, 한국의 싸이월드의 경우, 크게 잡아 2-3천만명이라면, 트위터는 최근에 천만명을 돌파하였으니, 싸이월드와 비슷한 정도로써 아주 큰 사이트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필자처럼 가입만 하고 사용을 안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수치는 달라질 수도 있고, 사용자의 증가율을 보면 싸이월드의 경우 거의 포화상태라 짐작되나, facebook과 트위터는 현재에도 전 세계에서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는 다른 소셜네트워크 웹사이트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1) 우선 매우 단순하다. 마이크로 블로그라 불리우기도 할 정도로 140자 이내의 단순한 글들 (이를 tweet 이라 함)을 올리는 구조이다. 각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를 follow 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의 follower 가 되는 것이다), follow 하는 사람의 글들은 나에게 실시간으로 배달이 된다. 어찌보면 IM이나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와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일대일이 아니라 일대다 전달이라는 것이다. 별 거 아닌거 같지만 바로 이 점이 큰 네트워크 효과를 줄 수 있다. 일대일로만 연결된 네트워크와 일대다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에서의 정보의 파급효과는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 분석을 하지 않고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자신이 쓴 글들은 블로그 처럼 사용자의 트위터 페이지에 남게 되어, 전 세계의 누구나 읽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2) 우선 사이트의 소개를 보면, 트위터에서 주고 받는 정보의 내용은 한 마디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이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사이에는 이러한 정보도 매우 유용할 수는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누가 남의 일상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인의 일상에 대한 정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가 주고 받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링크를 이용하면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웹 상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고객지원에 이용되기도 하며,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알릴 때 이용되기도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뉴스의 전달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즉,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이란 사태의 일화가 이를 증명한다. 이란의 시위 중 시위자들이 현지 상황을 휴대전화를 이용한 트위터로 알리기 시작하였고, 다른 나라의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이를 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메시지에는 CNN을 확인하라는 글도 있었다 하는데, CNN을 켜보니 Larry King Live라는 인터뷰 프로를 재방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주류 언론이 전하지 못했던 생생한 실황이 트위터로 전세계에 중계되었지만, 이란측에서 이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인터넷과 무선전화 네트워크를 거의 shutdown 시켜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3) 또 하나의 특징은 트위터가 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이지만, IE와 같은 웹브라우저가 아닌 트위터 전용프로그램들 중 하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신저 창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PC 환경에서도 매우 편리하지만, PC가 아닌 휴대용 기기와 결합할 때, 큰 편리함을 줄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사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도 트위터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으며, 문자메시지처럼 트위터 메시지를 언제 어디서나 주고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생긴다. (PC와 휴대전화의 접근성을 비교해 보라.) 물론 한국은 아직 스마트폰의 사용환경이 외국에 비하여 제한적인 실정이긴 하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이고, 아이폰의 등장이 한국에도 바람직한 스마트폰 사용환경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아이폰의 성공은 단순히 훌륭한 전화기 하드웨어와 UI 때문만이 아니라 전화와 결합된 획기적인 요금제가 큰 역할을 하였다. 전화를 이용한 데이터의 전달시, 통신회사가 많은 부분을 통제하면서 데이터 요금을 받아 수익을 챙겨오던 구조에서, 통신회사는 무제한 데이터의 정액요금을 받는 것으로 역할이 축소되고, 데이터의 이용자와 제공자 간에 보다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 지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일반 사용자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전화의 용도가 매우 다양해 질 수 있다.

그럼 다시 앞에서 언급했던 상황. 현 정권에서 트위터에 본인확인제 적용을 검토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면, 미국에 기반을 둔 서비스에 한국의 법을 적용시킨다는 이해안되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면 알 수 있다. 그럼 과연 방통위가 우매해서 하는 행위일까? 지금까지의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개연성은 있지만, 그 정도로 우매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대충 트위터의 위력을 들었을 것이며, 자유로운 정보의 전달을 두려워하고 있는 현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트위터와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사용은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결국 방통위의 행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트위터의 한국 서비스 또는 한국 포탈의 트위터 유사 서비스에 대한 엄포 쯤으로 보는 것이 맞는 시각이 아닐까?

한국에서의 트위터 (또는 유사 서비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현재 상황 (스마트폰 환경, 기존 서비스의 언어 장벽 문제, 등)에서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기에 두고 볼 일이다. 단,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사용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전화가 스마트폰인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전화에 달려 있는 비디오카메라로 개개인이 동영상 생중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가의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하고 랩탑과 캠코더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전화에서 찍는 비디오가 바로 실시간으로 웹상의 동영상 서버로 전달되고, 많은 사람들은 PC 가 없어도 전화를 통하여 이를 시청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아이폰에서는 찍은 비디오를 전화기에서 편집하고 바로 유튜브에 올리는 기능은 이미 있다. 유튜브에 올리고 링크를 트위터에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미국 오바마 대통령처럼 유명한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통하여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님과 같은 정치인이 트위터를 사용한다고 한다면, 파급 효과가 어떻게 될까? 촛불 집회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말과 동영상으로 전달될 것이다. 당연히 현 정권은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가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활성화 되어 있었다면? 오바마 대통령처럼 그도 트위터를 즐겼지 않았을까? 반대세력의 방해가 물론 있었겠지만, 국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하루에 한 두번씩 내 전화에 직접 전달되었을 그의 진솔한 말들. 49재가 어제 지났다.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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